삶의 온기를 나누다

웃음을 굽는 빵집

김찬옥

바닥에서 눈물을 끌어 올릴 힘이 있다면정글을 누비는 하이에나의 이빨이라도 빌려 보아야지

썩은 나무 둥치 뒤에서 사지가 축 늘어져 있는 웃음이면 어때,뼈를 잘 발라내고 웃는 살점만 갈기갈기 찢어 먹으면 되지그런 날은 단 하루만이라도 살만해지겠지

날마다 아침을 여는 나의 체구가 이삿짐 트럭은 될 수 없잖아,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신발창에서도 도레미 송이 울려 퍼지게 하고 싶어

생명이 없는 웃음이면 어때,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게 백배는 더 좋지내가 웃음천이 되면 나를 보는 이들도 따라 웃음 천국이 되겠지똥구멍에 가을바람이 들듯 배창시가 터지도록 웃음을 꺼내 웃다보면나도 모르게 거북한 속이 진정되어 편안해지기도 하잖아

웃음이 웃음을 빠르게 전파시키는 특별한 비결은 뭐 없을까,허공에 나라를 건설하는 일도 아니고전철역 부근에 웃음을 굽는 빵집 간판 하나 내걸면 어떨까?그러면 웃는 빵집을 지나는 사람들까지도 다 고소해질 수 있겠지

새벽부터 웃음이 고픈 사람들끼리 모여 웃음을 직접 굽다보면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이들에게웃는 빵을 무료로 나누어 줄 수도 있겠지

웃는 빵을 먹고 일하는 사람들은정치판에서도, 책상 앞에서도, 시장통에서도,웃는 일만 척척 만들어내겠지세상 구석구석이 웃는 꽃으로 만발하기 전에내가 먼저 웃음이 대박 나는 빵집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

『웃음을 굽는 빵집』, 2020년 9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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