봄빛에 머물다

4월의 신전

김찬옥

고목도 꿈을 꾸는 계절입니다

가지를 전지해 놓은 플라타너스 길이 촛대의 행렬입니다

헤아릴 수 없는 메두사의 머리라도 잘라버린 것은 아닐까요

움켜쥘 손이 없는 빈 촛대에 머문 햇살

불꽃을 당기고 있는 도심 속 가로수 길이

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대성전입니다

검은 불길 속에 갇힌 노트르담 대성당도 무사히 빠져나오신 봄빛

『웃음을 굽는 빵집』, 2020년

시의 저작권은 시인에게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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